우리 동네에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늘 그 자리게 있는 식당이 있다. 안양에 오래 산 토박이들은 다 아는, 그리고 50대 이상의 안양3동&박달동에 거주하는 분들의 단체모임 장소 1순위인 이 곳. 바로 "산내골"이다. 늘 모임이 많은 외향형E인 엄마는 한 달에 몇 번이고 산내골을 방문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코앞에 있으면서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던 중 짝꿍이 항상 손님이 많다며 궁금하다고 해 조심스럽게 둘이 방문했고, 이 후 삼겹살이나 오리고기가 생각날 때면 종종 들어가 먹곤 한다. 이제는 자주 뵈니 길을 지나갈 때 할아버지가 말도 걸어주시는 사이가 되어 버린 단골집이다.
↓ 산내골 위치는 여기 ↓
안양3동 오거리에 위치한 산내골이다. 단체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단체예약번호가 적혀 있다. 밖에서는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데 피크타임에는 언제나 손님이 많은 편이라 우리는 가급적 피해서 방문하곤 한다.
산내골 메뉴&가격
산내골은 오리고기가 주 메뉴다. 3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2~3인분의 솔잎오향오리가 6만5천원, 오리주물럭/오리로스 5만5천원이다. 이 외 녹차먹인 삼겹살(200g) 1만6천원, 생등심한우는 싯가다. 서브메뉴는 볶음밥 2천원, 꼭 먹어야 하는 게가 들어간 된장찌개는 3천원이다. 오리를 비롯해 쌀, 김치, 고춧가루, 배추 모두 국내산이다. 짝꿍이랑은 대부분 삼겹살을 먹었는데 삼겹살 매니아인 짝꿍이 고기질이 정말 좋은거라고 하더라.
모든 반찬은 매일 바뀝니다! 안양 원조 할매카세
산내골은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운영하고 계신다. 할머니는 주방에서 조리를 하시고, 할아버지는 서빙과 계산을 하시는데 두 분 다 유쾌하고 푸근하셔서 마치 할머니네집에 온 느낌이 든다. 내가 할매카세라고 표현한 이유는 모든 밑반찬을 할머니가 매일 만드시는데 그 메뉴가 매일 바뀐다. 물론 고기를 먹을 때 꼭 필요한 메뉴들은 바뀌지 않지만 2~3가지 메인 반찬은 매일 바뀐다.
오늘은 처음으로 오리주물럭을 주문해봤다. 주문하자마자 할아버지가 고기를 준비해주시고, 할머니는 밑반찬을 만드신다. 오리주물럭은 두 번으로 나누어 조리를 해주시는데 부추가 가득 올라가고 그 위에 편마늘을 올려주신다.
재료를 아끼지 않은 것이 늘 보이는 산내골이다. 두 번째 판에서도 부추를 가득 올려주신다. 안보시는 것 같지만 할아버지가 부족한 것 없는지 흘끔흘끔 보시기도 한다.
이 날의 즉석 할매카세 메뉴는 도라지무침과 감자샐러드였다. 도라지무침은 아삭아삭한 식감에 적당한 간이 베어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오이가 들어가 있어 더 맛있게 먹었다.
짝꿍이 산내골 갈 때마다 극찬하는 양념게장이다. 요즘은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양념게장을 찾기 쉽지 않다. 워낙 물가가 비싼데다가 밑반찬으로 원가를 아끼려는 곳이 많아 최근 자주 가던 고깃집도 양념게장이 빠졌더라. 근데 산내골은 양념게장만으로 밥 한그릇이 뚝딱이다.
이 외도 열무김치와 나물무침 등 맛만 봐도 우리 엄마가 만든 것 같은 할매메이드 밑반찬들이다. 간이 하나도 세지 않은, MSG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건강한 맛이다.
쌈야채들도 시든 것 하나 없이 깨끗하게 나온다. 상추에 오리고기를 넣고 싸먹어본다. 쌈을 잘 안먹는 짝꿍도 싸서 한입 넣어주고 -
또 다른 날이다. 이 날은 주로 먹는 삼겹살이다. 할매 오마카세는 사과양배추샐러드와 상추오이무침이다. 게장의 양도 듬뿍, 나물도 엄청 담아 주셔서 밑반찬으로만 소주 한 병을 마실 정도다. 산내골의 무기 중 하나는 바로 '된장찌개'인데 3천원임에도 게가 들어간 된장찌개가 나온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된장찌개가 아니다. 저 세상 퀄리티다.
오늘도 정가득한 한 상으로 한 주의 피곤함을 달래본다. 산내골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늘 단골이 되고 싶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꼭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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