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으로 창원에 갔다가 하루를 묵고 올라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맛집이다. 저녁에도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시골 동네였는데 아침에 올라오려고 보니 허허벌판의 작은 시골 마을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아침겸 점심을 먹을 곳이 없나 기웃거리던 중에 찾았는데 N사든 G사든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의 음식점이었다. 창원 "돼지왕순대국밥"이다.
시골에서 자주 보이는 "아침식사됩니다" 그래도 주변을 왔다갔다하는 출장러도 있고, 캠핑족들도 좀 있는 걸로 보인다. 가게 옆에는 사골육수를 끓이는 곳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쓰여 있다. "돼지왕순대국밥 사골육수는 국내산 앞 사골만을 사용해 가마솥에서 20시간만에 한그릇을 완성하는 보약국밥입니다" 기대된다. 보약국밥.
주택을 개조해 만든 것 같은 가게다. 간판에 순대 사진이 있는 걸로 보아 순대도 자신있는 가게 같다. 기회가된다면 다음엔 순대도 먹어보고 싶다.
메뉴는 심플하게 돼지국밥/순대국밥인이 8천원, 내장국밥 9천원, 특미 왕족영양국밥 1만1천원, 순대 1만원, 수육이 2만원이다. 쌀과 고춧가루 모두 국내산을 쓰고 있다. 나는 돼지국밥을 하나 주문했다.
왕족영양국밥이 궁금했는데 국밥에 족발고기가 들어간다고 한다. 어떤 비주얼일지 궁금해진다. 족발고기가 통으로 들어가는걸까..?
할아버지가 주문을 받으시고 정치 이야기를 살짝 하신 후 씻으러 가신다며 먼저 계산을 해달라고 하셨다. 계엄 사태 이 후 3일동안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고..
김치와 깍두기, 새우젓, 다데기, 쌈장, 양파와 고추, 소면까지. 다 챙겨 담아주시고 밥 한공기와 국밥을 내어 주신 후 씻으러 들어가셨다.
콩나물이 들어간 돼지국밥은 처음 먹어본다. 시골이라 그런지 양파, 마늘, 고추, 김치 등이 모두 신선하고 아삭아삭했다. 국물은 싱겁지도 짜지도 않는 적당한 간이 되어 있었고 기본 사골 육수였다. 고기는 냉삼과 살코기가 섞여 있었는데 잡내없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먹는 중에 가게에 할머니 한 분이 오서셔 "어서오세요 사장님 씻으러 가셨어요" 했더니 웃으시면서 "압니다" 하시곤 화장실만 쓰시고 나가셨다. 아내분이신걸까?
다데기를 넣고 밥을 말아 국밥 한 그릇을 뚝딱했다. 맛도 분위기도 시골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집에서 맛있게 밥 한 그릇 먹고 온 느낌이다. 손님이 이곳을 지나치지 않는다면 목적을 가지고 이 집을 들리진 않을터인데 할머니 할아버지 노후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내어낼 수 있도록 이 집이 장사가 계속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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