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충청남도에 있는 할머니네에 가기 싫어 떼를 쓸 때면 부모님이 유혹의 손길로 내밀던 것이 바로 휴게소 먹거리였다. 그 당시에는 서해안고속도로가 없어 8~9시간이 걸려 도착하기도 했는데 그 기다림이 지루하고, 집에 있으면 편하게 명절 TV프로그램을 볼텐데 라는 생각에 무척 가기 싫었다. 거기에 오래된 할머니네집의 특성상 화장실도 불편하고 먹거리도 우리 입맛보다는 아빠 입맛에 맞춰져 있다보니 먹을 것도 없었고... 무튼 요래조래 빠져보려고 꾀를 부렸는데 그럼에도 갔던건 바로 휴게소 먹거리를 먹기 위해서였다.
오산물향기수목원에 가는 길. 운전 생활 처음으로 휴게소에 들러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여행의 꽃 바로 오산행복휴게소다.
평일낮 경기 근교 휴게소는 한가하고 여유로웠다. 운전생활 최초로 혼자 고속도로를 타기도 했고, 왠지 휴게소는 한 번 들러보고 싶어 구경삼아 둘러봤다.
과거 휴게소는 가락국수, 우동, 오뎅 등 분식 위주였는데 요즘은 정말 한 끼를 제대로 떼울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오산행복휴게소도 나주곰탕을 비롯해 든든한 한식들이 있었다. 어렸을 때 나는 동생과 가락국수를 좋아해 자주 먹곤 했는데 요즘은 없거니와 그 때의 기계식 면발을 잘 안쓰는 것 같더라.
우리나라 국민음식이 돈가스.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다. 여자는 떡볶이라면 남자는 돈가스 아닐까..! 국밥이나 김치찌개만 좋아할거라는 생각은 노노다. 남자치고 돈가스 안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이 외에도 엔젤리너스, 던킨도너츠 등 가벼운 간식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프랜차이들이 입점되어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뭐라도 하나는 먹어야겠다 싶어 고른 것이 라김세트다. 미니김밥이 포함된 라면인데 가장 맛없기 쉽지 않은 메뉴여서 선택했다. 혼자 휴게소에서 먹는 첫 음식. 라김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 경험 자체가 나에게는 소중하다.
뜨끈한 라면 한 그릇과 미리 만들어놓은 충무김밥 스타일의 김밥이 나왔다. 김치와 충무김밥에 어울리는 오징어초무침이 곁들여졌다. 라면은 물이 많은 것보다는 없는 편이 낫다는게 내 지론이라 처음 비주얼로 봤을 땐 잘못된 선택이었나 했는데 면발을 건지니 딱 알맞게 익은 쫄깃한 면발이 나타났다. 다만, 건더기 수프 외에 파 하나도 안보이는 건 너무했다 싶다. 찐계란만 반 개 토핑 끝. 그래도 남김없이 쓱삭 다 먹어치우고 나왔다.
휴게소에서 빠질 수 없는 호두과자와 오징어 등이다. 맥반석 오징어를 좋아해 간혹 휴게소에서 맥반석 오징어를 구입, 오고 가는길에 주로 먹었다. 그 때는 운전을 못해 항상 조수석에서 오징어를 뜯고 있었는데 지금은 오너 드라이버라니... 감회가 새롭다.
사실 휴게소의 꽃은 식당가가 아니라 밖에서 파는 이런 군것질거리들이다. 떡볶이, 통감자, 핫도그, 소떡소떡, 어묵바 등 하나 고르기가 너무 힘든 메뉴들이다. 나도 좋아하는데 사실 가성비는 굉장히 떨어지는 것들이라 가끔 떡볶이나 소떡소떡 정도는 사먹는 것 같다.
평일 낮. 차 구입 후 처음으로 혼자 고속도로 드라이브, 휴게소 탐방까지 안전하게 끝! 오산행복휴게소에서 행복을 느끼고 간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왕 포일동 카페] 아메리카노가 맛있는 "라이프커피로스터스"(메뉴/가격/주차) (0) | 2024.12.10 |
---|---|
[홈밀키트 추천] 술집을 왜 가요? 초간편안주로 좋은 "프레시지 차돌박이 숙주볶음" (2) | 2024.12.06 |
[안양 석수동 카페] 동네에 비해 꽤 괜찮은 무드라 추천! "수스커피" (4) | 2024.12.04 |
[안양역 카페] 스벅에 가는 이유? 스타벅스 리저브 "스타벅스 안양역R점" (1) | 2024.12.04 |
[광명 가볼만한 곳] 전통시장 매니아들 모여라! "광명전통시장" 먹거리/주차정보 (2) | 2024.1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