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삿포로로 떠난다. (대략 귀국한지 한 달이 되어가지만 생동감을 위해 현재형으로 쓴다) 전 날 인천공항 찜질방과 백드롭 시간까지 영화보며 기다리면서 거의 잠은 한숨 못잤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 너무 여행 체질인 내 몸뚱이. 사실 홋카이도는 삿포로가 목적이라기보다는 하코다테가 목적이다. 과거에 읽은 츠지 히토나리 <사랑을 주세요>에서 남자주인공이 하코다테 케이블카 운전수로 나오면서 하코다테 경치를 묘사했는데 그 이후로 꼭 가보고 싶었다.
34박 35일 일본 전역 기차여행 일정 및 준비물 편 보기
제주항공 백드롭은 대략 새벽4시쯤 오픈했다. 평일임에도 꽤 줄이 있었지만 금방 줄어들고, 출국수속도 주말보다는 빠르게 진행되어 금방 출국장에 들어왔다. 새벽의 인천공항 비행장.
배가 고프다. 무얼 먹을까 하다가 커피가 마시고 싶어 베이글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먹었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 후 위가 쓰린 느낌이 든다. 정확한 시간에 비행기는 출발하고, 나는 역시나 비행기에서 꿀잠을 잤다. 삿포로 공항 도착. 일본 입국 시 처음으로 질문을 받아봤다. '몇 일이나 일본에 있는지, 아웃은 어디인지' 아마도 비짓재팬웹에 35일 머무르는 것으로 나와있기 때문에 물어본 것 같다. 짧은 영어로 잘 마무리.
삿포로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편의점에서 레몬홍차를 샀다. 말 그대로 레몬홍차의 맛. 사실 우롱차를 사고 싶었는데 한자를 안읽고 무턱대고 사버렸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 반겨주는 도라에몽씨. 나 삿포로에 왔구나 라는 생각을 실감하게 해준다. 삿포로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꽤 걸어야 한다. 신치토세공항역은 지하1층에 위치해 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역까지 가는 기차를 탔다. JR쾌속 1,150엔이고 15분 간격으로 운행, 약 36분 정도가 소요된다. 나는 일부러 JR패스를 오픈하지 않고 표를 구매했다.(패스는 하코다테로 가는 일정부터 오픈 예정)
삿포로역에서 JR패스 실물권으로 교환하고 전체 지정석을 예약했다. 너무 친절하게 전체 여정을 예약해주신 삿포로역 JR패스 창구 직원분 감사합니다. 나는 미리 Japan Transit Planner 어플에서 시간 등을 확인해 전달했는데 시즈오카 - 돗토리 - 마쓰야마 가는 슈퍼 이나게가 추가 비용이 있다고 해서 JR패스만으로 갈 수 있는 다른 여정으로 추천받았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시간은 다소 소요되었지만 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
삿포로역에서 도보 8분 거리의 호스텔이다. 이름은 텐투텐삿포로(Ten to Ten Sapporo) 역에서부터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날벌레떼 습격을 당했다. 습격이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옷이며 모자며 얼굴이며 다 붙는 날벌레였고, 홋카이도 여행 내내 날벌레떼는 계속 보였다. 검색해보니 "유키무시"라는 벌레이고, 고온현상이 오래 나타나면서 유키무시가 번식하기 좋아졌던 것. 실제로 일본 여행 동안 추위보다는 더위를 많이 느낄 정도로 더웠다. 캐리어만 놔두고 걷기 시작.
단풍이 든 오도리 공원이고 저 멀리 TV타워가 보인다. 지금은 너무 배고프기에 잠깐 눈으로만 훑고 다시 올 예정이다. 오도리공원 또한 유키무시가 공격 중이다. 현재 삿포로 소바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미리 알아봤었는데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일본에 왔으니 스시를 먹자.
스스키노 거리에 있는 스시잔마이에 왔다. 이미 시간대가 애매해져 브레이크타임에 들어간 가게들이 많았기 때문에 열려있는 곳으로 왔고, 차완무시와 샐러드 10ps 스시, 녹차 아이스크림이 포함된 런치세트를 먹었다. 일본에 왔는데 술이 빠질 순 없지. 일본소주도 한 잔 주문했다. 가격은 술 포함해 3천엔 정도.
스시로 등과 비교하면 비싼 편에 속하지만 퀄리티 있었고, 배불리 먹었기에 만족한다. 특히 직원분이 친절하다.
왜 먹고 나오면 보이는 것인지.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서 숙소에 가려는 도중에 오도리 공원 바로 옆에서 하고 있는 삿포로소바축제를 보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 배가부르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나중을 기약하며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휴대폰 충전도 하고 짐도 옮겼다. 내가 묵은 여자방은 3층이었고,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캐리어를 끌고 올라갔다. 힘들고 무겁다. 1층 카페에 있는 알바인지 직원인지는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나중에 가나자와 숙소 사장님은 캐리어도 미리 올려주고, 내려갈 때도 내려주셨다.) '제발 1층이어라'했는데 다행히 1층이었고, 캐리어는 모아져있는 곳에 놔두고, 귀중품은 캐비닛에 보관할 수 있었다. 캐리어를 훔쳐가고 싶어도 내려가다가 포기할 것 같다.
미리 사두었던 TV타워 전망대 티켓. 일찍 해가 떨어지는 시기이기에 야경을 보러 TV타워에 올라갔다. 참고로 TV타워 전망대권은 미리 사야 조금 저렴하다.
휴대폰 카메라를 닦았어야 했는데 이렇게나 빛번짐이 있을거라고 생각못한 나. 그래도 눈에 담았으니 되었다고 생각하는 나. 조금 앉아서 오래 보고 싶었지만 앉는 곳이 없어서 아쉬웠다. 전망대에는 기념품도 팔고 있었지만 여행 첫 날은 지출하지 않기로 한다.
밥시간은 빨리도 온다. 숙소 근처의 히리히리2호점에 왔다. 대표 메뉴인 닭다리가 통째로 들어간 커리를 주문했고 맵기는 평범하게. 수프를 한 입 먹는 순간! 와 이거다 싶다. 뜨끈하고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야채와 고기, 밥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완커!
삿포로에만 있는 삿포로 클래식을 한 잔 주문했다. 얼마나 꾹꾹 담아주셨는지 사진을 찍으려고 잔을 들었더니 거품이 흘러 넘친다. 목을 탁하니 때리는 맛이 아니라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라 내 취향이었다. 내일은 비에이-후라노 투어날이라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어제도 잠을 못잤다. 아쉽지만 오늘은 일찍 샤워를 하고 쉬어야겠다.
내 자리에 누우면 이런 느낌이다. 여행은 좋은데 혼자서 자는건 무서운 나같은 사람에게는 특별히 나쁘지 않다. 옷갈아입는게 불편하고 내 방에서 맥주 한 잔 못하는 정도의 불편함 정도다.
일본어 못하는 여자 혼자 일본 전역 기차 여행
1일차 삿포로 여행기 끝
혼자여행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 당장,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비에이-후라노 투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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