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비를 맞아서 그런건지 약간의 감기 기운으로 자고 일어난 14일차 아침이다. 일본 여행 처음으로 일어나기 힘들고 일어나기 싫었던 아침. 1층 대욕장에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체크아웃 후 교토역으로 갔다. 오늘은 다카야마에 간다. 간단히 편의점에서 빵과 김밥을 사고 다카야마로 가는 기차를 탔다.
13일차 교토 후기는 여기서
(08:31) 교토역 → (223분) 히다25 → (12:14) 다카야마역
대략 4시간 정도가 걸리는 다카야마. 빵과 김밥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깼더니 이런 풍경이 보였다. 작은 시골마을에 가는 느낌의 풍경.
다카야마는 가나자와처럼 작은 도쿄라고 불리는데 가는 풍경마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곳에 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카야마역에 도착해 도보5분거리의 호스텔에 우선 캐리어를 맡기기로 했다. 이번에 묵는 숙소는 K's하우스 다카야마 오아시스-퀄리티 호스텔이다. 다카야마역과 굉장히 가까운 것도 장점인데 숙소 자체가 멋스러운 느낌이 있다. 숙소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
멘야 시라카와 메뉴 및 가격
짐을 맡기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다카야마는 소유라멘이 명물이라고 해 찾은 곳이다. "멘야 시라카와" 이미 가게 앞에는 웨이팅이 있었고, 웨이팅은 가게 앞에 의자를 놔두어 순서대로 앉아 대기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직원이 나와 미리 주문을 받았다. 멘야 시라카와는 Chinese noodles, 중화면이다. 레귤러사이즈는 1,000엔 토핑은 seasoned egg를 추가했다.
멘야 시라카와 소유라멘
국물을 한입 마시는 순간! '아, 짜다' 라멘을 먹으니 그나마 낫다. 하지만 라멘의 국물을 꼭 먹는 나로써는 국물이 다소 짰다. 물론 이 짠기를 머금은 면발은 맛있는 편이었다. (그래도 역시 아오모리에서 대기없이 먹은 라멘이 훨씬 맛있다..!) 기억에 남는건 스태프들이 모두 젊고 친절했던 기억.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에게도 다정했다.
라멘을 먹고 다카야마 이곳저곳을 산책했다. 멀리 보이는 형형색색의 단풍들도 예쁘고 골목들과 건물, 분위기까지 일본 소도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다카야마 추천이다.
관광객이 많았던 다카야마 골목 산책. 유독 서양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하나하나 들어가서 상점 구경도 하고 기웃대긴 했는데 우선 한바퀴만 돌아보자는 생각에 휘 돌아보았다.
강의 흐드러진 나무들도 너무 예뻤던 다카야마.
산책을 하다 자연스럽게 보게 된 다카야마 진야. 다카야마 진야는 에도시대에 사용된 막부 직할 영지의 행정 중심지다. 진야는 지방 행정을 담당하던 관청으로 진야 중에서도 다카야마 진야가 유일하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다카야마 진야의 매표소 직원과 입장을 안내하는 직원분에게도 친절함과 다정함을 느꼈는데 나에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도 해주셨다.
일본 전통 화로라고 불리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옛날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소품이다. 이와 비슷한 것을 양조장에서도 만나고, 숙소에서도 만났다.
그 옛날 먹었던 음식도 재현해냈다. 역시 일본이다. 이 때도 사시미를 즐겨먹었구나.. 사시미를 좋아하는 나는 부러울 따름이다.
꽤 넓은 다카야마 진자를 둘러보고 뒷마루에 앉아 잠시 시간을 가졌다. 단풍이 물든 멋진 모습이 보였고, 따뜻한 해까지 들어 여기서 책을 보다가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카야마 진자를 나와 다시 다카야마 산책을 했다. 휘 돌았던 그 골목을 다시 가 이제는 본격적인 골목 탐방을 시작했다. 골목 탐방은 역시 먹는 것 아닐까..!
양조장 시음
다카야마 골목에는 양조장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한 곳을 들어가 시음을 해보았다. 450엔에 이 잔을 구매하면 총 11개 종류의 사케를 시음해볼 수 있다.
술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한 잔 한 잔 비우다 보니 왠지 취하는 느낌이 들었다. 서양 관광객들이 거의 만취 상태여서 웃겼다.
엇. 양조장에서도 만난 일본 전통 화로다. 검색해보니 '이로리'라고 한다고..!
히다규스시
다카야마는 히다규가 유명하다. 히다규는 와규의 한 종류로 히다 지역에서 키운 소에서 생산되어 품질과 풍미가 좋다고 한다. 히다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카야마가 있는 기후현에서 14개월 이상 사육된 흑모 와규(일본 흑소)여야 하며 일본 육질 등급 기준 5등급 또는 4등급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혼자서라도 정육식당에 가서 히다규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가격도 부담인데다가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먹어보고자 골목에 있는 히다규스시를 센베 과자에 올려 주는 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군함이 포함된 2번으로 주세요!
비주얼만으로도 환상적인 히다규스시다. 센베과자에 올려준 것까지 쓰레기하나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게 아이디어가 참 좋지 않은가. 스시는 당연히 입에서 살살 감기고 녹았고, 센베과자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최근 우리나라 김천에서 김밥축제가 열렸는데 여기서도 과자 위에 김밥을 팔아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법! 굿이다.
하나는 소금으로 하나는 간장소스로 구어낸 히다규. 거기에 노른자가 올라간 군함까지. 1,000엔 만원의 행복이다.
히다규스시로 기분좋은 산책이 다시 시작되었다. 안가본 골목까지 주욱 걸어가본다.
이 때가 오후5시쯤이었나. 해가 지려고 하는데 하늘이 참 맑아 예뻤다. 다리 위 큰 도리이가 세워져있어 가보았다. 도리이는 신사를 상징하는 구조물로 신성한 공간과 일반 세속적인 공간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일본 전역의 신사 입구이에는 이 도리이를 볼 수 있다. 도리이를 지나면 "여기서부터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역시나 도리이를 지나니 이런 신사가 나타났다.
해가 저무는 다카야마의 산책도 끝이 났다. 저녁은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다 숙소 라운지에서 먹고 배가 불러 일기를 썼다. 내일은 일찍 다카야마 근교인 시라가와고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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