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가끔 잠이 깰 때 "여기가 어디지?"라는 반쯤 깬 상태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 거의 기절해서 잤는데 깨보니 순간 여기가 어디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느릿느릿 씻고 준비해 나갔다. 기존 계획은 오누마 국정공원 당일치기였는데 하코다테도 오늘이 마지막이다보니 멀리 가는 것보다는 근처를 보고 싶었다.(하지만 이 것도 잘되진 않았음)
숙소 옥상에 하코다테 케이블카 타는 언덕길이 보인다.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을주세요>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하코다테 여행을 제안하며 언덕길을 걸어 작은 상점들과 음식점들을 구경하라고 조언한다. 남자는 하코다테 케이블카 운전수다. 그런데.....내가 간 날이 하필이면 케이블카가 공사중이었고 그래서 케이블카 탑승구만 보고 왔다.
야키도리 도시락 Hasegawa Store Bay Area Shop
숙소 바로 옆에 마트가 있는데 마트에 들어가면 야키도리를 굽고 있다. 주문표를 작성 후 계산대에 가져가면 야끼도리를 구워 내어준다. 나는 밥을 포함한 야끼도리를 주문했다. 아래에 밥이 깔려있고 그 위에 김을 깐 후 야끼도리 4개가 올라가있다. 스파이스소스이나 전혀 맵지 않고 맛있다. 맛있으니 하이볼. 마트가 있어 캔하이볼을 구매해 마셨다. 야끼도리는 662엔
하코다테 아침시장
소화도 시킬겸 아침시장까지 걸어 갔다. 대략 25분쯤 소요. 어디서부턴가 식당이 많아지고 생선을 파는 노점상들이 보인다. 하코다테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시장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 많았다. 나는 할일없는 관광객마냥 기웃거렸다.
가리비구이가 먹고싶어 무작정 들어간 식당. 영어메뉴판은 없었고, 직원도 영어가 아예 안되었기 때문에 파파고로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오징어회와 가라비구이. 그리고 소주언더락이다. 사리비구이는 작은 화로에 나오는데 직접 구어주어야 한다. 대강 구어지면 가리비껍질째 옮겨야 한다. 안그러면 껍질이 탄다. 맛있었나? 간단히 낮술하기 좋은 무겁지 않은 메뉴였다. 총 2250엔
홋카이도의 유바리멜론이다. 사실 지금은 철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파는 곳이 있어 사먹었는데 당도가 일반 멜론과는 다른 느낌이다. 또 먹고 싶은 맛. 500엔 낮부터 아끼도리에 하이볼, 가리비에 소주언더락까지 마셨더니 더 마시고 싶어진다. 숙소로 가서 부족한 알콜을 채워야겠다. 숙소 가는길에 COOP마트가 있어 맥주와 하이볼, 야끼소바와 주전부리 과자 등을 구매했다. 그리고 숙소 라운지에서 혼자 낮술 파티를 열었다. 라운지에는 나보다 더 술꾼인 일본인 여자분이 계셨는데(술꾼이라 느낀 이유는 위스키를 작은 병에 담아 졸졸졸 먹고 있었다.) 일본어로 말을 걸길래 슬며시 웃고 말았는데 그게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웃음을 터트리며 어쩐지..! 하는 제스춰를 취했다. 일본어로 말을 걸면 빨리 간코쿠진이라고 해야겠다.
뭔가 앉아있는게 민망하기도 하고 친구랑 통화도 하고 싶어서 옥상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하이볼과 아침시장에서 시식하다 사버린 말린 오징어. 오랜만에 친구와 페이스톡을 하며 경치도 보여주고 통화를 했다. 그리고 배도 부르고, 술 기운에 잠도 오는지라 숙소에서 빨래를 돌리고 자버렸다. 낮인데도 커튼을 치니 어찌나 어두운지 술 기운이 더해져 푹 잘 자버렸다. 다음 이야기는 이 후의 저녁 일정이다.
일본어 못하는 여자 혼자 일본 전역 기차 여행 5일차 하코다테 반나절 여행 끝
→ 4일차 하코다테 여행기는 여기서
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일본 여행은 곧 천국입니다.
다만, 돼지력 상승의 원인이 되오니
가급적 많이 걸으세요
다음 포스팅은 낮잠 후의 일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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