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짐만 옮겨놓고 하코다테 첫 날 관광을 시작했다. 오기 전 봤던 이미지 하나가 일정을 바꿔 놓았는데 바로 온천하는 원숭이 사진이었다. 직접 그 광경을 보고 싶어 열대식물원을 첫 목적지로 결정. 숙소 앞에서 트램을 타고 거의 마지막 정류장인 유노카와온센역으로 이동했다.
트램 정류장에 내리고서도 약 15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열대식물원. 가는 길이 한적하고 예뻐서 걷기에 딱 알맞았다. 정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하코다테 열대식물원
이름만 열대식물원이고 모두 온천하는 원숭이를 보러 오는 이 곳. 티켓에도 원숭이가 그려져있다. 입장권은 300엔, 원숭이에게 줄 먹이는 100엔이다. 기왕 보는 거 먹이까지 구매했다. 그런데 날씨가... 전혀 온천할 날씨가 아니었다. 눈은 커녕 초가을의 날씨.
역시나 온천은 커녕 물은 전혀 없었고, 원숭이들은 유유자적 움직였다. 아쉽지만... 그래도 먹이는 줘야하니 손에 쥐고 있었는데 내 손에 쥔 먹이를 본 녀석들이 나를 보며 나름 재주를 부리거나, 손바닥을 비벼 빌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하니 지인들은 불쌍하다고 하는데 나는 불쌍한게 아니라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것을 저 원숭이조차도 잘 알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위에 대장 원숭이가 내려오면 아래 있는 모든 원숭이들은 순식간에 피하기도 했다.
원숭이만 보고 열대식물원 안은 1층만 잠깐 둘러보고 나왔다. 바로 다음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가고시마 여행을 갔을 때 온천을 하고 그 때부터 일본 여행을 오면 당일 온천이 되는 곳을 찾아 꼭 온천을 했는데 여기 역 이름이 유노카와온센역인만큼 유노카와 온천을 당일로 할 수 있는 곳을 간다. 유노카와 온천은 홋카이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온천으로 신경통과 류머티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타쿠보쿠테이 호텔의 유노카와 온천
분명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어둑어둑해보인다. 다시 트램을 타는 곳으로 걸어 갔다. 내가 가려는 곳은 타쿠보쿠테이 호텔에 있는 온천이다. 구글맵 검색어는 Yumoto Takubokutei. 1층 리셉션에서 당일 온천을 하겠다고 하면 당일 온천권과 수건을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수건을 미리 챙겨가서 온천권만 구매해 신발을 갈아신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남/녀로 나뉘어져 있고, 호텔에서 운영하는 온천이라 별도 락커가 없이 바구니에 옷을 담고 온천을 하는 형태이다. 나는 가방과 귀중품을 모두 바구니에 담아 불안했는데 나올 때 보니 귀중품만 보관하는 작은 락커가 있었다. 온천은 실내탕과 야외노천탕이 있었고 실내도 밖을 보며 온천이 가능했다. 물은 부드럽고 따뜻해 그 동안의 여독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금방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이 들었고, 온천이 끝나고 얼굴을 보니 익어 있었다.
온천을 하며 볼 수 있는 야외 풍경이다. 사진은 온천을 하며 찍은 것이 아니라 온천이 끝나고 밖에 나와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타쿠보쿠테이 호텔 근처에 먹고 싶던 라멘집이 있었는데 브레이크타임이 걸려서 아쉽게도 먹지 못했고, 다시 트램을 타고 고료카쿠 공원에 갔다.
고료카쿠 타워
고료카쿠역에 도착했더니 이미 해가 지기 시작했다. 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야 고료카쿠 공원에 도착한다. 이미 어두워져서 공원안은 가지 않았고 바로 타워 야경을 보기로 한다.
고료카쿠타워의 야경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일본 내의 많은 타워를 다니면서 야경을 봤던지라 이제는 이런 야경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겠다. 야경보다 오히려 타워로 가던 작은 낯선 길들이 좋았다.
일본에는 많은 타워가 있다. 나는 몇 개를 보았을 까 바로 엊그제 삿포로 TV타워에 갔고, 후쿠오카 타워, 나고야TV타워까지는 가본 것 같다. 타워 깨기 여행을 해봐도 의미있을 것 같다.
럭키 삐에로
배가 고파 고료카쿠타워 옆에 있는 럭키삐에로에 왔다. 럭키삐에로는 하코다테에서만 볼 수 있는 햄버거 체인점이다. 팝적인 외관이 눈에 띄는데 숙소 앞에도 있고,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이 지역에만 있는 햄버거라니 안먹어 볼 수가 없다. 주문을 하면 번호표를 주고, 직접 서빙을 해 음식을 가져다 준다. 햄버거 가게 알바들이 쓰는 모자를 쓴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한쪽 다리를 절며 서빙을 해주셔서 조금 놀랐는데 과거 오키나와에 갔을 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퍼주시던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고령화사회가 된 일본은 이렇게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일까.
주문한 생맥주가 먼저 나왔다. 잔도 럭키삐에로 잔에..!
사실 어떤 버거를 주문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흔히 먹는 프랜차이즈의 맛은 아니었고, 오히려 최근에 프랭크버거 등 수제버거의 프랜차이즈화 맛이 느껴졌다. 내 입맛에는 괜찮았는데 특히 빵이 부드러웠다.
사실 감자튀김은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얇게 튀긴 롯데리아 스타일의 감자튀김을 선호하고, 감자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통감자 스타일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맥주 안주로 집어 먹었더니... 다 먹었다(으잉?) 다시 트램을 타고 숙소역에 도착.
항구의 야경을 보다가 숙소로 들어왔고, 오늘 여행을 리뷰하며 내일 여행을 기대했다.
일본어 못하는 여자 혼자 일본 전역 기차 여행 4일차 하코다테 반나절 여행 끝
→ 4일차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는 여기서
일본 여행에 돌아온 후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럼 저는 주저하지 않고
하코다테라고 합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한 이유도
하코다테 때문이고,
대도시와 소도시 모두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포스팅은 5일차 하코다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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