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일본 여행만 10회 남짓 간 것 같은데 재미있게도 도쿄는 가지 않았다. 부산스러운 도시에 있기 싫고 내가 외국인이라면 우리나라에 여행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보다는 지방이 훨씬 더 운치있을 것 같아서다. 이번 한 달 기차여행을 계획했을 때도 도쿄는 제외, 대신 도쿄와 가까운 이 곳을 여정에 넣었다. 바로 시즈오카다.
짧은 환승시간이 영 불안해 기차표를 변경하면서 다카야마에서 출발하는 시간도 계획했던 8시에서 대략 1시간을 늦췄다. 전 날 이자카야에서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 아침은 간단히 또! 편의점 붕어빵을 사서 기차에서 먹었다.
다카야마역 → (154분) 히다 → 나고야역 → (54분) 히카리 → 시즈오카역
나고야역 환승 / 점심
환승역인 나고야역에 도착했다. 대략 1시간 넘게 시간이 비어서 나고야역에 있는 식당에서 돼지간장조림과 회정식을 먹었다. 돼지간장조림은 적당히 짭조름했고 사시미는 참치회를 비롯해 5점이 나왔다. 적당히 맛있게 한 끼를 먹었다. 1,540엔 나고야역에서 다시 1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시즈오카에 도착했다.
호텔 가든 스퀘어 시즈오카
시즈오카역에서 도보 15분 가량의 호텔인 '호텔 가든 스퀘어 시즈오카'다. 오랜만에 1인 호텔에 묵을 수 있어 이것 또한 설렘이 있다. 시즈오카는 일본의 옛도시 느낌이던 다카야마에서 다시 몇 백년 미래로 온 느낌이다. 호텔 가든 스퀘어 시즈오카는 2박 12만7천원이고 아고다 리뷰에서 봤을 때 조식에 대한 칭찬이 있어 처음으로 1,300엔 조식 쿠폰을 구입했다.
세탁실에서 세탁을 맡기고 맥주 한 캔에 반신욕을 하니 노곤노곤해지면서 숙소에서 쉬고 싶어졌다. 뒹굴뒹굴 하다가 해가 지고 시즈오카의 밤을 만끽해보기로 한다.
시즈오카에서도 빠지지 않는 이치란 라멘을 산책 중에 발견했다. 대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같은 이치란 라멘을 후쿠오카에 가면 1시간을 넘게 기다려 먹어야 한다니 이건 마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명륜진사갈비나 메가커피를 대기하며 먹는 느낌이려나...?! 더군다나 최근에 갔던 후쿠오카 이치란 라멘은 맛도 없었다.!
시즈오카 슨푸성공원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있는 슨푸성공원. 새까만 저녁임에도 조깅을 하는 일본인이 많았다. 슨푸성공원은 16세기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은 성으로 은퇴 후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다고 한다. 현재 성의 대부분은 소실되었지만, 성곽과 해자 일부가 남아 있다. 공원은 산책로와 잔디밭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 참 좋았다. 매년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예쁘다고 하는데 보고싶어졌다. 공원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유명한 사와야카 함바그를 먹으로 세노바에 왔는데 이미 대기시간이 100분이라 내일을 기약하고 세노바 내에 있는 푸드코트에 갔다.
푸드코트에 한식메뉴가 있는 식당이 있었다. 돌솥비빔밥과 순두부찌개, 김밥, 냉면, 전 등으로 구성된 메뉴였는데 이 날 한국의 고추장 음식이 땡겨서 고민했다. 아마 떡볶이가 있었다면 먹었을 수도.
여러 맛집이 즐비한 푸드코트에서 내가 선택한건 바로 우동이다, 사진을 잘 찍은건지 쫄깃한 우동 면발을 느껴보고 싶었다. 카레우동과 냉우동을 고민하다가 카레우동을 선택했대. 주문 방식은 트레이를 집고 유부초밥과 튀김을 먹고싶은만큼 담은 후 우동메뉴를 주문한다. 나는 유부초밥 1개와 야채튀김을 담았다.
진한 카레향이 느껴지는 카레우동이다. 일본 카레는 우리나라 카레와 달리 색과 향이 진한데 그래서 우동으로 먹어도 양념이 잘 배어있다.
슥삭슥삭 비비니 카레를 머금은 찰기있는 우동면발이 나타난다. 유명 맛집인 함바그는 비록 못먹었지만 저녁 한 끼 내가 먹고 싶은 것 먹으니 이 또한 행복하다. 780엔
양말 세 켤레를 가져와 매일 평균 2만보를 걷고 빨래를 하니 양말 한 켤레가 빵구가 나버렸다. 그래서 귀여운 양말을 구입했다. 1,100엔이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잘 신고 있다.
시즈오카의 이틀을 함께 할 술을 마트에서 구입했다. 사케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일본 소주다. 술만 사고 안주거리 쇼핑을 못해 편의점을 털었다.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일본 세븐일레븐에 있는 치즈떡볶이를 샀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된다. 어떤 맛일까...!
떡볶이와 소시지 그 위에 치즈가 덮여있다. 떡을 입에 넣으니 '...음?' 떡볶이라기보다는 떡꼬치에 가까웠고, 그보다도 매운맛은 하나도 없고 달기는 엄청 달아서 다시 먹지는 않을 것 같다. 문득 단 것보다 매운 것이 더 살을 찌게 만드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사람들은 이렇게 단것을 먹는데도 뚱뚱한 사람이 많이 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술도 우리나라보다 많이 마시는 것 같은데?
일본 편의점 안주로 강추하는 생야채다. 양배추, 오이, 당근, 무가 통으로 썰려있고 소스 하나가 들어가있는데 나는 소스에 찍어먹지 않고 그냥 요 야채들을 생으로 씹어먹는다. 배가 부르지도 않고 수분감도 있고 여행다니며 야채 먹기 쉽지 않은데 그것까지 해결해주는 착한 안주다.
이렇게 16일의 시즈오카 밤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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