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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82년생 김지영보다 진솔하다! <세자매> 리뷰(넷플릭스/티빙 있음)

by 마가릿언니 202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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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찜한 리스트만 한가득인데 그 중에서도 보고 싶은데 이상하게 손이 안가는 영화가 있다. 왠지 모르게 불편할 것 같고, 우울할 것 같아서 미루는 영화 말이다. 나에게 <세자매>는 그런 영화였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이 영화를 플레이한 후 20분 즈음에 왜 이제서야 이걸 봤는지 개탄스러웠다. 그냥 누구든 꼭 보길 바란다. 넷플릭스, 티빙에 있음! 영화 <세자매>다.  

 

 

 

 

82년생 김지영보다 진솔하다! 

 

여자이지만 82년생 김지영은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내가 아는 82년생 유부녀 중에 김지영같은 사람은 없기에.. 62년생 김지영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도 62년생 김지영들은 주인공인 지영이가 앓은 병보다 훨씬 더 큰 병을 앓았어야 하는 우리 시대의 엄마들이 아닐까. 영화 <세자매>는 타이틀 이름처럼 세자매의 이야기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당해야 했던 어린 시절 신체 혹은 언어를 도구로 한 가정 폭력, 일상 속 폭력, 그리고 어린 시절의 상처로 커서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려달라는 말 한마디 못하는 피해자가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꽁꽁 싸맨 상처에는 분노를 폭발할 때도 있어야지. 둘째 미연(문소리)

 

겉으로는 평범해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각자가 껴안고 있는 상처들. 하지만 그 상처를 들여다보기보다는 그저 덮어버리고말아서 툭툭 그 상처가 쑤셔오는 세 자매. 문소리가 맡은 미연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성가대 지휘자를 맡고 있다. 본인뿐만 아니라 남편, 아이들에게는 엄격하고 완벽을 추구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세상 사람 좋은 것 처럼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산다. 더군다나 술에 취해 전화하는 막내 동생 미옥의 횡설수설도 어떻게든 받아주려고 한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가던 날 남편이 성가대 단원과 바람이 난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교회에서 인자하던 모습과는 달리 수련회 밤에 그 상가대 단원을 발로 밟아 상해를 입힌다. 그 사건을 기점으로 미연은 억눌린 분노와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답답해? 주위에 이런 여자분들 많다. 첫째 희숙(김선영)

 

가장 인상 깊었던 역할이자 배우. 김선영이 연기한 희숙은 세자매의 큰 언니다. 작은 꽃집을 운영하며 폭력적인 남편과 막돼먹은 딸이 있다. 남편은 가끔 돈만 뜯으러 희숙에게 찾아와 막말을 늘어놓고, 막돼먹은 딸은 엄마를 "너"라고 부르며 언어 폭력을 행사한다. 그래도 희숙은 바보같이 웃는다. 그러던 중 암 선고를 받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꽃집에 꽃을 주문하러 온 손님에게 웃으며 "제가 암이라서요"라고 말한다. 어느 날 딸이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락밴드 보컬에게 차이고 화를 내며 들어오자 희숙은 그 보컬을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우리 딸은 더 좋은 사람 만나야 해요..." 이 모든 것이 다 내 탓인 것 같은 희숙은 자해를 하며 자책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할 정도로 상처가 곪았다. 

 

 

 

 

그럴 듯한 가족은 처음이니까. 셋째 미옥(장윤주)

 

막내 미옥은 알콜홀릭 극작가다. 술을 감추고 먹을 정도로 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남편에게 막말을 하는 것은 기본, 폭력까지 행사한다. 아들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재혼한 남편의 아이가 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해야하는 날. 도저히 새엄마인 미옥을 부를 수 없어 친엄마를 부르게 되고 그 사실을 안 미옥은 술을 먹고 학교에 찾아가 내가 엄마라고 하며 깽판을 친다. 이 후 엄마 노릇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미옥. 그 날 밤 아이를 때리는 남편을 흠씬 두들겨패고 처음으로 미옥이 한 밥을 함께 먹는다. 

 

 

 

 

곪으면 터지기 마련이다.

 

셋의 상처는 바로 어린 시절에 노출된 가정폭력이었다. 첫째 희숙은 남동생인 진섭과 배다른 형제로 술취한 아버지의 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해야 했다. 그리고 미연과 미옥은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미연과 미옥이 도망쳐 도움을 구하러 가던 날 슈퍼에서 만난 어른들에게 말한다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그러나 어른들은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녀석들 니네 아빠를 감옥보내게?라고 말하며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줄테니 돌아가서 싹싹 빌어라 라고 말한다. 그렇게 큰 셋이 어떻게 이 상처를 봉합할 수 있을까? 

 

그래, 사과는 하고 살자. 

 

결국 아버지의 생신날. 목사님이 직접 와 기도를 하는 중에 진섭이 아버지에게 오줌을 싸며 터지게 되고, 문소리가 소리를 지른다. "아버지! 우리에게 사과하세요!" 그리고 희숙의 딸이 말한다. "할아버지 사과하세요! 우리 엄마 암이라구요! 어른들이 왜 사과를 못해요?" 희숙이 암이라는 이야기에 일제히 놀라고 엄마는 눈물을 흘리는데 희숙은 왜 좋은 날 우냐며, 좋은 음식 빨리 먹자고 잡채를 허겁지겁 먹는다. 

 

숨는 것만 배웠어요.

 

희숙은 웃음에 상처를 숨기고, 미연은 신앙에 분노를 숨기고, 미옥은 술에 나를 숨긴다. 피해자가 꺼내지 않으면 가해자는 없다. 어린 시절 무참히 당해야 했던 가정 폭력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 모두에게 상해를 입힌다. 영화 속 희숙을 보며 눈물이 나는 건 주변의 희숙이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도 돌아보면 정도의 차이일뿐이지 희숙이와 비슷한 상처 하나쯤은 있었던 것 같다. 

 

문소리가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그런 말을 했다. "이 시대의 모든 딸들이 편안하기를.." 그렇게 꼭 되길 바란다. 

 

 

IMDB 6.5/10
NAVER 8.95/10
관객수 8.4만명
2021.01.27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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