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 달간의 일본 기차 여행기를 보니 항상 아침은 '전 날의 과음으로~'로 시작하는 듯 하다. 17일차 시즈오카의 아침도 마찬가지다. 전 날의 과음으로 인해 힘들었던 아침. 그래도 구매한 조식쿠폰은 써야했기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침을 챙겨먹은 날.
시즈오카 호텔 가든 스퀘어 조식
비가 살짝 내리는 시즈오카의 아침이다. 밖을 보고 싶어 창가의 바 자리에 앉았다. 조식퀄리티가 좋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메뉴는 평범했다. 흰쌀밥에 카레를 얹고 샐러드와 스크램블, 고등어 그리고 간단한 밑반찬을 담고 장국에 오렌지쥬스를 선택했다.
그 당시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지금 이렇게 메뉴를 보고 있자니 그저 맛있게만 보인다. 조식을 먹고 비오는 밖을 구경하다가 아차.. 오늘 후지산을 보러 가는 일정이었는데 비도 오는데다 컨디션도 안좋아서 과감하게 혹은 핑계거리로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숙소에 가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잠을 잤다.
점심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아무런 계획 없이 호텔을 나섰다. 아직도 비가 내려 호텔에 우산을 빌렸다. 시즈오카 호텔 가든 스퀘어는 입구에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우산이 비치 되어 있는데 많은 숙박객이 쓰다보니 고장난 우산이 많다. 나오기 전에 한 번 펴보고 나올 것.
시즈오카 HUG COFFEE
시즈오카에서 유명한 허그커피가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진한 그린티라떼 한 잔을 주문해 받았다. 테이크아웃 컵부터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린티라떼 아트는 평범했지만 맛은 평범하지 않았다. 역시 녹차의 나라답게 말그대로 진하디 진한 그린티라떼였다. 비오는 날씨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매장 계산대 옆에 있는 허그커피 굿즈인 키링이다. 지나칠 수 없어 하나하나 구경하다가 두 개나 사버렸다.
다소 섹슈얼한 이미지들이 많은데 키링을 구매했더니 이런 사용처가 애매한 이미지의 스티커를 선물로 받았다.
내가 고른 키링은 바로 이것. 지금도 백팩에 잘 달려 있다. 친구에게 선물할 키링은 후지산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즈오카 함바그 맛집 '사와야카'
어제 웨이팅이 길어 못먹은 함바그를 영접하러 갔다. 재밌게도 똑같이 50분을 웨이팅해야 먹을 수 있어 바로 옆 서점 구경하고 책을 읽다가 들어갔다. 사와야카 함바그는 시즈오카에서만 운영되는 레스토랑인데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굉장히 인기가 많다. 실제로 이 날 함께 웨이팅한 친구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나는 겐코츠 함바그 250g 두 개와 수프, 차를 포함한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1,265엔
지글지글한 상태의 함바그 두 개가 나왔다. 아직은 덜 익힌 상태로 나오는데 테이블에서 마지막으로 굽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스는 데미글라스 또는 간장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각각의 맛을 보고 싶어서 반반으로 선택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그대로 촉촉한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다. 왜 인기가 많은지 먹어보면 안다. 사실 함바그와 떡갈비 등 고기를 뭉쳐놓은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데 사와야카의 함바그를 먹은 이 후 생각이 아예 달라졌다. 구운 고기보다 더 맛있다.!! 시즈오카에 간다면 1시간을 또 기다릴지라도 먹을 것이다.
+) 끊임없는 손님 때문에 다소 지칠만한데 스탭들이 너무 친절했다.!
시즈오카 세노바에서 발견한 삼겹살이 쓰여져 있는 티셔츠다. 일본 곳곳에서 한국어를 발견할 수 있는데 저 단어를 왜? 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글자가 쓰여있기도 했다. 우리가 일본어가 붙은 티셔츠를 사면 비슷한 느낌일까?
와사비 쇼핑하기 시즈오카 타마루야 본점
와사비야 어딜가도 유명하겠지만 특히 시즈오카는 와사비가 유명하다고 한다. 와사비는 맑고 차가운 물에서 잘 자라는데 시즈오카는 일본 알프스에서 흘러내리는 깨끗한 물이 풍부하다고.
시즈오카에 위치한 타마루야 본점은 대표적인 와사비 전문점으로 와사비와 관련한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다. 와사비를 좋아하는지라 타마루야에 들렀다. 우선 와사비 아이스크림! 알싸한 와사비 맛이 톡 쏘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두 번 먹을 것 같진 않다. 신기하고 오묘한 맛(시원한데 혀가 맵다)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와사비 소금과 후리카케를 샀다. 와사비 소금은 집에 와서 먹으니 고기 구어서 찍어먹으면 와사비와 소금 두 가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어 강추고 후리카케는 입맛 없을 때(그럴 때가 있겠냐만...) 뜨끈한 밥 위에 뿌려먹으면 굿이다.
시즈오카 아오바오뎅거리
비는 계속 내리고 저녁은 시즈오카 아오바오뎅거리에서 분위기를 내보러 갔다. 아케이드 형태의 골목안에 포차가 있는 느낌이다. 시즈오카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소요.
거리 천정에는 새빨간 홍단풍을 인테리어로 해놨다. 이 또한 포장마차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길게 늘어선 곳에는 작은 오뎅바들이 늘어서 있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구글맵을 보니 한국말을 하실 줄 아는 여주인이 있다는 곳으로 들어갔다.
녹차와리
일본은 술을 먼저 주문해야 하는데 이 곳에서 유명하다는 녹차와리를 주문했다. 녹차와리는 시즈오카의 녹차와 사케를 섞은 것이다. 이 후에도 ~와리로 하는 술들을 먹었는데 모두 앞의 재료와 사케를 섞었다고 보면 된다. 레몬와리, 자몽와리 등 말이다. 오또시는 감자샐러드다.
진한 검은색 국물에 끓인 오뎅이다. 진한 간장과 후추맛이 느껴졌고, 그대로 먹어도 맜있고 겨자소스를 살짝 발라 먹으면 녹차와리와 굉장히 잘 어우러졌다. 특별하진 않지만 한 번쯤은 현지 무드를 느끼며 먹어볼만하다. 더 마시고 싶었지만 예산의 압박으로 이 날은 일찍 나와 숙소에 갔다.
이런 느낌...! 비오는 날 어찌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 한 잔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 날은 숙소에서 어제 산 남은 소주를 다 마시고 잤다. 자는 내내 다소 담배냄새가 올라와 숙면을 하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일본 숙소도 전면 금연이 되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댓글